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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고 쓰는 즐거움

태도의 말들 [엄지혜]

아는 언니와 깊은 대화를 나눈 느낌이 드는 책이다. 가볍게 술술 읽히는 책이라는 서평을 봤는데, 가볍게 술술 읽기보다는 꼭꼭 씹어 읽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 일상의 말들. 내 삶과 멀지 않은 글이 좋다. 그래서 판타지나 식스센스 같은 반전이 가득한 스릴러보다는 잔잔하고 평범한, 그렇지만 평범함 속에 잔잔한 메시지가 있는 이야기가 좋다. 책 안의 인터뷰 글 속에 발췌된 인터뷰이의 말들도, 작가가 덧붙인 생각들도 좋았다. 꾸밈없이 담백한 자신의 이야기가 더해진, 친절한 설명서 같았다. 나도 언젠가 이런 글을 쓰고 싶다. 자신이 옳다고 생각하는 것을 강요하지 않고, '나는 이렇게 생각하는데 너도 한번 생각해 보지 않을래?'라고 따듯하게 물어주는 대화 같은 글. 

 

그들을 좋아하는 이유는 인상적인 선물을 줬기 때문만이 아니다. 언제나 감정표현에 있어서 인색하지 않기 때문이다. 내가 먼저 마음을 열기 전에는 결코 "먼저"가 없는 사람과는 오래 인연을 이어가기 어렵다. 나는 언제나 받아야 하는 위치라고 생각하는 사람에게는 마음이 열리지 않는다. [25p]

 

한대수는 [바람아 불어라]에서 성공의 길로 네 가지를 뽑았다. 1. 약속을 지켜라. 2. 고맙다는 표현을 자주 해라 3. 바로 사과하라. 4. 유머감각을 길러라 [39p]

 

간단하게 말해 아이를 키운다는 건 기쁜건 더 기쁘고 슬픈 건 더 슬퍼지는 일 같아요. 감정의 폭이 넓어지고 알지 못했던 감정의 선까지 보게 되죠. 감정선이 깊어지다 보니 타인의 삶고 감정에 공감하는 폭이 넓어지고요. [소설가 이기호 41p]

 

주체적인 삶을 한마디로 요약하면, 내 관심사를 끊임없이 공부하는 일이죠. 내가 좋아하는 것을 분명히 알고, 끊임없이 좋아하는 걸 공부하고 있으면 불안하지 않아요. 내 실력이 끊임없이 성장하고 있다고 느끼면 불안하지 않습니다.

[김정운 43p]

 

내가 좋았으니 비슷한 가치관과 고민을 가진 너도 좋아할 책이라는 확신. 어쩌면 굉장한 오만이었겠구나 싶었다. [61p]

 

아이에게 가장 좋은 롤모델은 재미있게 사는 부모의 모습이다. 자기 인생이 재미있어지면 아이에 대한 고민은 줄어들고 빈틈 중에서도 "엄마"로써의 빈틈은 상대적으로 적어진다. 완벽한 부모야 말로 최고의 재앙이다. [정신과 전문의 하지현 67p]

 

진심이 중요하지만 우리 관계에서 더 필요한건 태도, 사람을 대하는 태도다. 오랫동안 친밀했던 사람들과 떨어져 지내다 보면, 그 사람의 진심보다 나를 대했던 태도가 기억에 남는다. 태도는 진심을 읽어내는 가장 중요한 거울이다. [소설가 한창훈 106p]

 

쉽지 않은 선택을 해야할 때, 어떤 예술이 주는 힘이 현명한 결정을 내릴 수 있게 해 줘요. [115p]

 

놀지 않는 아이는 앞으로 맞닥뜨리게 될 미친 학력 요구를 버틸 마음의 체력이 키워지지 않아요. 자기 주도적으로 공부하라고 말할 게 아니라, 엄마 스스로가 자기 주도적으로 공부할 준비가 되어 있어야 해요. 우리가 공부해야 할 건 행복해지는 법이에요. 엄마가 먼저 생을 즐기는 모습을 보여줘야 아이도 행복하게 자랍니다. [작가 오소희 151p]

 

결국 사람은 친구랑 가족이랑 사는 거다. [드라마 작가 하명희 190p]

 

진짜를 접하고 진짜를 먹으면서 자라면 나중에 가짜를 접해도 수정하는 힘이 생길 거예요. [211p]